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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후기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들려왔다. SNS 피드에서 흰 벽과 텅 빈 책상 사진이 유행처럼 돌던 시기도 있었고, 미니멀 인테리어라는 말이 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상위를 차지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게 무엇인지, 왜 하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덜 가지고 사는 것, 방이 깔끔한 것, 쇼핑을 덜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얕은 이해를 좀 더 깊은 곳까지 끌어내렸다.
작품 내용 —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해진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원제: The Minimalists: Less Is Now)은 2021년 1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러닝타임은 약 53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밀도는 꽤 높다. 주인공은 '더 미니멀리스트(The Minimalist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두 친구, 조슈아 필즈 밀번(Joshua Fields Millburn)과 라이언 니커디머스(Ryan Nicodemus)다. 이들은 책, 팟캐스트, 강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니멀리즘을 전파해온 인물들로, 넷플릭스에서 2019년 첫 번째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데 이어 이 작품이 두 번째 협업이다.
두 사람의 배경은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 때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조슈아와 라이언은 성인이 되어 각자 좋은 직장을 얻고 경제적 성공을 이루게 된다.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넓은 집에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서른도 되지 않은 조슈아는 어머니의 죽음과 이혼을 동시에 맞닥뜨렸고, 많은 걸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허함을 느낀다. 그 계기로 미니멀리즘을 접하게 됐고, 이후 라이언에게도 전파한다. 두 사람은 결국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니멀한 삶을 선택했으며, 그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전 세계 수백만 명과 나누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함께 담는다. 의도적으로 적게 소유하기로 선택한 사람들, 소비에서 벗어나 더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 사람들, 넓은 집과 많은 물건 대신 작은 공간과 단순한 일상을 선택한 사람들. 이들의 삶은 생김새는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덜 소유하고, 더 살아가는 것이다.
다큐의 핵심 메시지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문장에 담겨 있다. "Love people, use things. Because the opposite never works." 사람을 사랑하고 물건을 사용하라, 그 반대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들을수록 무게가 느껴지는 말이다.
작품 속 집중 포인트 — 소비가 습관이 되면 생기는 일
이 다큐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소비의 습관화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행위는 단순히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남들이 가진 것을 보았을 때, 할인이라는 말에 반응할 때 우리는 물건을 산다. 그리고 그 물건이 실제로 삶을 얼마나 바꿔주었는지는 잘 돌아보지 않는다.
다큐에는 광고 산업이 소비 욕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담겨 있다. 광고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파는 것이라는 점, 지금 이것을 사면 더 나은 버전의 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구조라는 것. 조슈아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광고가 약속하는 감정은 실제로 그 물건을 샀을 때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다음 것을 사게 된다.
다큐에서 소개되는 '패킹 파티(Packing Party)'라는 실험도 눈에 띈다. 라이언이 실제로 해본 방법으로,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박스에 담아두고 필요한 것만 꺼내 쓰는 방식이다. 3주 후에 박스를 열었을 때, 꺼내 쓴 물건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80%는 박스 안에 그대로 있었다. 있는지도 몰랐거나,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었던 물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추억의 물건을 다루는 방식이다. 조슈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가 보관해온 상자들을 열었을 때, 조슈아의 초등학교 시절 숙제와 에세이들이 20년째 봉인된 채로 들어 있었다.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추억은 물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 안에 있다고. 물건을 보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꽤 다른 관점을 열어준다.
직접 느낀 이야기 —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
이 다큐를 보면서 물건 자체보다 나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게 됐다. 집 안에 쌓인 물건들이 언제, 왜 들어왔는지를 생각해봤다. 기억나는 것들도 있고, 기억도 안 나는 것들도 있었다. 그중 적지 않은 비율이 할인 때문에, 혹은 언젠가 쓸 것 같아서, 혹은 갖고 싶다는 충동으로 산 것들이었다. 실제로 그 물건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물어본다면 대부분 솔직한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다큐에서 제안하는 30일 미니멀리즘 챌린지도 기억에 남았다. 첫날에 물건 1개, 둘째 날에 2개, 셋째 날에 3개 이런 식으로 30일 동안 날짜 수만큼 물건을 비워나가는 방식이다. 30일이 지나면 총 465개의 물건이 집 밖으로 나가게 된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하루에 한두 개씩이라 부담이 적다. 실제로 1주일만 해봐도 집 안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뭘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실제로 필요한지를 매일 조금씩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웰니스의 관점에서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공간 정리를 넘어선다. 소비를 줄이면 돈과 시간이 생기고, 그 여유가 관계나 경험이나 건강처럼 실제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들로 향할 수 있다.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것이다. 물건이 줄자 오히려 삶이 선명해졌다고. 무엇이 중요한지가 더 잘 보이게 됐다고.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몸이 쉬려면 자리가 있어야 하고, 생각이 정리되려면 여백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공간도 비워져야 숨을 쉰다.
마무리 —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30일 챌린지 첫 번째 날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당장 집 전체를 바꾸려 할 필요는 없다. 다큐 자체가 그걸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오늘 딱 하나만 해보는 것을 권한다. 집 안에서 물건 하나를 골라 내보내는 것이다. 1년 이상 손이 가지 않았던 것, 있는지도 몰랐던 것, 언젠가 쓰겠다고 아껴둔 것들 중 하나면 된다.
다큐에서 소개된 30일 챌린지를 그대로 따라가도 좋다. 오늘 1개, 내일 2개. 30일이 지나면 465개가 빠져나간다. 숫자가 커 보이지만 하루하루는 작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면 집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조슈아와 라이언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미니멀리즘은 적게 갖는 게 목적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각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변에 쌓인 물건들이 그 중요한 것을 향해 가는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이 다큐가 남기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 넷플릭스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https://www.netflix.com/kr/title/81074662#lodp-more-to-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