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미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1과 시즌 2를 모두 보고 나니, 시즌 1과 시즌 2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시즌 1에서는 동충하초에 감염된 인간이 괴물처럼 변한다는 설정과 생존을 위한 여정이 신선해서 재미있게 봤다면, 시즌 2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복수와 선택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제 도덕적인 기준까지 계속 흔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가 없었다.
흔히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선한 인물로 그려지고,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선택을 옳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의 앨리는 그런 기준으로 바라보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조엘을 잃은 앨리의 마음이 이해됐고, 복수하려는 모습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비를 쫓는 과정에서 사람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앨리를 무조건 응원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임신한 인물까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장면에서는 복수라는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앨리는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복수를 선택하면서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는 점이 더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누구 편도 못 들었다. 계속 갈등이 번지는 업보 같았다.
처음에는 조엘을 죽인 애비가 분명 악인처럼 보였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즌 1부터 정이 들었던 조엘을 잔인하게 잃었기 때문에 애비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애비 역시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었고, 조엘에게 복수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애비가 앨리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애비에게 단순히 악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어려웠습니다. 한 사람이 복수를 하면 또 다른 사람이 복수할 이유가 생기고, 그 복수가 다시 다른 사람의 상처가 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결국 누구 하나만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지독한 악연의 연속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생각했다.
앨리가 조엘을 잃었을 때 과연 나라면 애비를 향한 복수를 포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는 복수를 멈추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복수는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벌어진 일은 크게 느끼면서도, 상대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황에는 훨씬 냉정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앨리가 치료제 수술에서 죽었다면 선인이 되었을 거란 아이러니가 있다.
앨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 묘한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만약 시즌 1에서 조엘이 앨리를 살리지 않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수술을 그대로 진행하도록 했다면, 앨리는 감염에 대한 치료제를 만드는 데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인물로 기억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엘이 앨리를 살렸고, 그 선택으로 앨리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조엘의 죽음을 계기로 복수를 시작하면서 직접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 되어갑니다. 물론 앨리의 선택을 단순히 조엘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그 결과가 다시 수많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아이러니를 느꼈습니다.
시즌 1에서는 동충하초 곰팡이에 감염된 인간이 좀비처럼 변한다는 설정이 신선해서 봤다면, 시즌 2에서는 등장인물들 사이에 쌓여 있던 지독한 악연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쉽게 나눌 수 없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앨리도 애비도 자신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였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빼앗은 가해자였습니다.
그래서 시즌 2를 보고 나서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조엘을 잃은 앨리가 불쌍하다가도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응원할 수 없고, 애비가 조엘을 죽인 건 너무 화가 나는데 또 애비의 입장을 생각하면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고요. 복수가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너무 지독했습니다.
시즌 1은 좀비물로 재미있게 봤다면 시즌 2는 오히려 사람 때문에 더 힘들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