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음식이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몇 년 전 설악산 여행에서 그 질문에 직접 답을 얻었습니다. 절 근처 식당에서 처음 마주한 사찰 밥상, 된장으로만 조린 가지 하나가 그렇게 깊은 맛을 낼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그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든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공개됐습니다.인도에서 한국까지, 사찰음식의 철학이란 무엇인가이욱정 PD의 신작 〈이욱정 PD의 부처님 밥상〉은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출발해 한국의 사찰음식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고기 없는 채식"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표면만 본 겁니다. 제가 처음 그 밥상을 받았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사찰음식의 근간은 삼덕(三德)이라는 개념에 있습..
요리 다큐멘터리를 틀었더니 철학 강의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이 줄줄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화면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멍하게 앉아서 제 삶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철학자의 요리 이야기입니다. 요리 프로그램이 이렇게 조용하게 사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다큐 감성 — 먹방이라고 생각했다가 완전히 틀렸습니다일반적으로 요리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폭발적인 맛 표현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철학자의 요리는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이 다큐는 셰프, 요리 연구가, 인문학자 등 음식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사람들을 따라갑니다. 이들에게 주방은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장소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