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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믿는 자들 후기
    영화 믿는 자들 / ai 이미지 생성

    마지막 장면에서 시위대 사이를 슬픈 눈으로 걸어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음모론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오히려 한 사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어도 세상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믿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음모론 리뷰, 세상의 중심이 흔들리는 무력감

    영화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분명한 사실처럼 보이는 내용도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말이거나 자신들이 믿고 있던 것을

    공격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이미 하나의 믿음을 가지고 모여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생각을 바꾸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자신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그 사람을 더 강하게 배척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저도 요즘 인터넷에서 영상을 볼 때 무조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

    먼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게 편집된 영상 하나만 보면 그 안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전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의 앞뒤 맥락을 확인하거나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이 믿는 정보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음모론, 마지막 장면이 남긴 것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마지막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시위를 하는 가운데 여주인공은 그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걸어갑니다.

    그때 보여주는 표정이 굉장히 허탈하면서도 슬퍼 보였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했지만 결국 그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사회적인 문제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굉장히 잘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짧은 영상이나 편집된 콘텐츠를 접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접한 내용과 전혀 다른 해석을 주장하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하고,

    사건의 일부 장면만 잘라서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내용까지 접하다 보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콘텐츠가 반복해서 노출되면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주장도 어느 순간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가 무서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특별한 초능력이나 괴물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반론을 편집해버리는 사람들, 설득의 무력감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진실을 설명하려는 사람의 입장이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잘못된 부분을 설명하고 반론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부분만 받아들이기도 하고,

    불편한 반론은 아예 무시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에 맞지 않는 부분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상이라는 매체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특정 문장만 잘라내면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할 수도 있고,

    반론이 등장한 부분을 편집해버리면 마치 반대 의견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이 느꼈을 무력감이 조금은 이해됐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면 결국 혼자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시위대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혼자 걸어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 장면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서 승리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람의 표정처럼 보였습니다.

    가짜 뉴스로 인해 점점 격해지는 갈등은 지금 사회에서도 걱정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이어지고 실제적인 피해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대한 사회 전체를 제가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작은 진실을 지키려고 합니다.

    대화할 때 “카더라” 식의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전달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명확하게 구분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이 무력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도 내가 보고 듣는 것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도 거대한 사회를 한 번에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혐오와 부정적인 표현을 쉽게 사용하기보다 가능한 한 긍정적인 언어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지만, 그런 작은 태도가 쌓이는 것이 지금의 사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