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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인간 포스터
    가스인간 포스터

     

    방관된 악에 의해서 오히려 쿄코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인 쿄코가 범죄와 부조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사회의 부조리함으로 억울한 사람이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법은 서로 지키자고 만들어진 것인데, 언제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면죄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법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 오히려 법을 믿고 있던 사람의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스인간 후기, 살인자를 응원하게 된 이유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묘했던 감정은 살인자를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잘못된 일인데, 그 대상이 계속해서 법의 빈틈을 빠져나가는 범죄자들이라는 점에서 저도 모르게 쿄코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쿄코 역시 처음부터 살인을 선택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범죄를 취재하고 진실을 밝히려던 기자였지만,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반복해서 마주하면서 점점 무력해집니다. 살인을 사주하기 전에도 망설이고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모습 때문에 오히려 이 인물이 어디까지 무너질지 궁금해졌습니다.

    결국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부터 쿄코는 스스로 다른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 과정이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습니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상황을 작품이 계속해서 쌓아가기 때문입니다.

    야쿠자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데 쿄코는 자경단원

    작품 속에서 특히 불쾌했던 것은 야쿠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비해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인맥과 권력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정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쿄코는 죗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사실상 자경단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계속되는 범죄를 보면서 이들을 사회의 악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제거하려는 것인데, 그 과정이 결코 정의롭다고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동요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법을 믿고 기다리겠지만, 누군가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지점에서 쿄코가 어떻게 기자에서 살인 사주자로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쿄코의 선택은 단순한 복수라기보다 무너진 법과 정의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 선택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웠습니다.

    기자 쿄코가 결국 살인 사주자가 된 반전

    가장 인상적인 반전은 정의를 추구하던 기자 쿄코가 결국 살인을 사주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범죄를 쫓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범죄를 설계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가스인간의 정체가 쿄코를 지키던 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더욱 묘해집니다. 렌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괴물이 아니라 자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쿄코와 직접 인터뷰까지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사람의 관계 역시 단순한 의뢰인과 살인자의 관계로만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쿄코가 의도한 큰 계획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생깁니다. 정의를 위해 움직이던 기자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존재를 이용하고, 결국 살인을 사주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 가장 아이러니했습니다.

    그래서 렌이라는 가스인간도 단순한 괴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욕망과 분노가 만들어낸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간을 죽이는 괴물이지만 그 괴물을 움직이게 만든 것도 결국 인간이었으니까요.

    파피니=식인, 귀 자르는 장면으로 확신한 이유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찝찝했던 설정이 파피니였습니다. 작품에서 파피니가 식인과 연결되는 설화적 존재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설정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귀를 자르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 저는 사실상 식인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귀를 잘라내는 장면이 워낙 기괴하게 다가왔습니다. 21세기에 식인이라니 정말 징그러웠습니다. 공포영화에서 귀신이나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인간의 신체를 먹는다는 설정은 묘하게 다른 종류의 불쾌감을 줬습니다.

    야쿠자에 대한 반감을 들도록 의도한 것인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발언도 대체로 불쾌하게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보기 싫을 정도로 기괴한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았고, 개인적으로는 눈썹이 거의 없는 듯한 모습이나 이상하게 선으로 그린 듯한 눈썹도 묘하게 거슬렸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켄지가 집에서 Ellie My Love를 틀고, 그 뒤로 쿄코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는데, 이 장면을 보고 나니 시즌2를 기대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범죄자를 쫓는 기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법과 정의가 무너졌을 때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가스인간 자체라기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순간 다른 사람의 생명을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